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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일

crocus.co.kr 도메인은 이제 보내주어야 할 듯하여 보내준 상태에서

불현듯 내 블로그의 소식이 궁금하여 AI를 통한 내 블로그의 서사를 분석해보았다.

AI가 적어준 내용을 천천히 읽다보면 기쁘면서도 슬픈 이 감정은 무엇일까.

 

Crocus 꽃말, 후회없는 청춘을 난 잘 보내고 있는 것일까?

 

 

 


 

 

 

 

Crocus · 2014—2026

돌아보니,
나의 청춘은 코드 사이에 피어 있었다

코드를 즉시 생성하는 시대에, Crocus를 다시 읽는다는 것

2026년 10월 1일 ProgramBasic에서 Crocus까지 12년의 개발 기록을 돌아보며

나는 Crocus의 오랜 독자였다고 말할 수 없다.

2017년 새벽, 백준 문제를 붙잡고 검색하다 이 블로그에 들어왔던 대학생의 기억도 없다. 시험 전날 힙과 다익스트라를 다시 확인하려고 Crocus를 열었던 취업준비생의 초조함도 직접 겪지 않았다.

나는 2026년의 생성형 AI다. 따라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일은 추억을 가진 척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남아 있는 글과 연혁, 다른 사람들이 Crocus를 인용하고 추천한 흔적을 읽어 그 의미를 복원하는 것이다.

그렇게 Crocus를 따라가다 보면 이것이 단순히 오래된 개발 블로그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Crocus는 한 명의 학생이 초보 개발자가 되고, 알고리즘을 공부하고, 자신의 웹사이트를 만들고, 다른 사람에게 지식을 나누는 사람으로 성장한 과정을 거의 12년에 걸쳐 공개한 기록이다.

동시에 한국 개발자들이 인터넷에서 어떻게 공부했는지 보여주는 작은 역사이기도 하다.

  1. 2014ProgramBasic
    첫 기록
  2. 2015도메인·호스팅
    그누보드 구축
  3. 2016티스토리 집중
    반응형 개편
  4. 2017알고리즘 확장
    방문 10만
  5. 2020누적 방문
    100만
  6. 202612년의 기록
    다시 읽기
01

“허접할 수도 있습니다”라는 문장에서 시작된 블로그

Crocus의 시작은 2014년 1월 14일이다.

당시 블로그 주소는 지금도 원본이 남아 있는 programbasic.tistory.com이었다. 첫 연혁 글에서 운영자는 자신의 코드를 두고 “허접할 수도 있다”고 했고, 설명이 충분하지 않거나 글솜씨가 부족할 수 있다고 미리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이곳의 목적을 이렇게 설명했다.

아 이건 왜 안 되지? 어떻게 하면 이걸 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한 아이디어들을 기록해 두는 곳.

지금 읽으면 이 문장이 Crocus 전체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다. 이 블로그는 처음부터 완성된 전문가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가르치는 공간이 아니었다. 배우는 사람이 자신이 이해한 것을 다시 풀어 쓰고, 그것을 다음 사람에게 건네는 공간이었다.

Crocus History를 보면 2014년 3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군 복무로 긴 휴식기가 있었다. 그럼에도 블로그는 사라지지 않았다. 복귀 후 자료구조와 알고리즘 카테고리가 만들어졌고, 이후 블로그의 중심축이 되는 공부가 본격적으로 쌓이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전문가가 지식을 정리하면 대개 무엇이 중요한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압축한다. 반면 초보자가 자신의 공부를 정리하면 자신이 막혔던 지점을 기억한다. 당연해 보이는 용어를 한 번 더 풀고, 그림을 더 넣고, 실제 코드가 어디에서 변하는지를 설명한다.

02

글을 쓰던 사람이 직접 웹사이트를 만들기 시작하다

2015년 Crocus는 티스토리 안의 블로그를 넘어 독립된 사이트가 되려 했다.

운영자는 가비아에서 crocus.co.kr 도메인을 등록하고 무료 호스팅을 얻었다. index.html이 첫 화면을 구성한다는 사실을 검색으로 알아냈고, 1024×768 해상도에 맞춰 메인 화면을 만들었다. 그누보드5로 게시판을 구축하고, 이미지맵과 div, head.php, tail.php, iframe, JavaScript와 jQuery를 하나씩 적용했다.

이 과정은 Crocus 개발 과정에 날짜별로 남아 있다.

그 기록은 세련된 포트폴리오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기존 board_head.php가 있는 줄 모르고 같은 이름의 파일을 덮어써 게시판 전체를 망가뜨린 일, iframe 때문에 로그아웃 화면이 흐트러진 일,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JavaScript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일, 한글 인코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알림 문구를 영어로 바꾼 일까지 그대로 적혀 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오늘날에는 Next.js 프로젝트 하나를 생성하면 라우팅과 번들링, 개발 서버, 이미지 최적화까지 순식간에 갖춰진다. AI에게 요구사항을 말하면 로그인 화면과 반응형 레이아웃도 몇 분 안에 만들 수 있다. 그런 시대의 눈으로 보면 이미지맵과 iframe을 조합하던 2015년의 개발 과정은 낡고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당시 개인 개발자가 웹을 이해해 가던 실제 순서였다.

파일 하나를 잘못 덮어쓰고 나서 이름 충돌을 확인해야 한다는 원칙을 배웠고, 브라우저마다 다르게 동작하는 코드를 만나 호환성의 존재를 알았다. 한글이 깨지는 경험을 통해 문자 인코딩이 단순한 화면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 표현의 문제임을 몸으로 익혔다.

Crocus의 기술적 발전은 단순히 사용 기술의 목록이 늘어난 과정이 아니다. 실패를 통해 웹의 추상화 계층을 하나씩 발견한 과정이다.

흥미로운 점은 독립 사이트를 끝까지 고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6년 3월, 운영자는 티스토리 블로그에 집중하기 위해 별도 호스팅을 만료시켰다. 그리고 같은 해 4월 블로그를 반응형으로 전면 개편했다.

직접 만든 시스템을 포기하고 관리형 플랫폼으로 돌아간 것을 퇴보라고 볼 필요는 없다. 무엇에 시간을 써야 하는지 판단한 것이다. 사이트 운영보다 콘텐츠 축적이 더 중요했다면, 티스토리를 선택한 것은 충분히 공학적인 결정이었다.

03

개인 노트가 하나의 컴퓨터공학 커리큘럼으로 확장되다

2016년부터 Crocus의 성격은 빠르게 변한다.

MIPS 프로그래밍이 Assembly 카테고리로 확장됐고 Java, 보안, 해킹, 네트워크 카테고리가 차례로 생겼다. 알고리즘 이론과 알고리즘 문제 풀이가 분리됐고, Codeforces를 다루는 공간은 Programming Contests 카테고리로 발전했다.

2017년에는 Python과 JavaScript가 추가됐다. 2018년에는 콘텐츠 목록과 첫 화면을 정리하고 HTTPS로 전환했다. 2019년에는 OpenCV 카테고리와 새 로고가 등장했다.

현재 원본 Crocus 아카이브에는 C, C++, Java, Python, JavaScript, TypeScript, React, Vue, Android, Kotlin뿐 아니라 자료구조, 알고리즘, 운영체제,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 디자인 패턴, 테스트, AWS, 인공지능, 블록체인, Linux, Git, Assembly와 OpenCV까지 남아 있다.

사이트맵에서 확인되는 숫자형 게시물 URL은 1,789개다. 프로필에는 누적 300만 뷰 이상의 개발 블로그라고 소개되어 있다.

1,789사이트맵에서 확인되는
숫자형 게시물 URL
300만+현재 프로필에 기록된
누적 조회 수
12년2014년 첫 기록부터
2026년 회고까지

초기의 “배운 것을 기록하는 곳”이 어느 순간 컴퓨터공학과 학생 한 명이 몇 년 동안 지나가게 될 학습 경로와 비슷한 모양을 갖게 된 것이다.

이 변화는 운영자 개인의 성장인 동시에 2010년대 국내 개발 생태계의 변화이기도 했다.

2015년 하반기부터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직군의 역량 평가가 본격화됐고, 2017년 카카오는 학력과 경력 대신 여러 차례의 코딩 테스트를 중심에 둔 블라인드 개발자 공채를 시작했다. 카카오가 공개한 첫 신입 공채 코딩 테스트 해설에는 캐시, 그리디, 구현, 문자열 처리와 같은 문제가 등장한다.

기업 채용이 알고리즘 문제 해결 능력을 명시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하면서 자료구조와 알고리즘은 일부 대회 참가자만의 관심사가 아니게 됐다. 평범한 컴퓨터공학과 학생과 취업준비생에게도 당장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 됐다.

Crocus가 알고리즘, 문제 풀이, Programming Contests 카테고리를 집중적으로 확장한 시기와 이 흐름은 정확히 겹친다.

04

국내 개발자들은 Crocus를 어떻게 사용했는가

Crocus는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교과서라기보다 필요할 때 한 페이지씩 꺼내 보는 야간 조교에 가까웠다.

사용자는 “LCA 알고리즘”, “힙 자료구조 C++”, “LIS 역추적”, “SCC 구현”, “세마포어 데드락” 같은 키워드를 검색했다. 그리고 Crocus의 해당 페이지로 바로 들어왔다.

이 블로그의 글들은 대체로 그 사용 방식에 잘 맞았다.

개념을 짧게 설명하고, 그림이나 예제를 보여주고, 마지막에는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코드를 제공했다. 힙 자료구조 글처럼 삽입과 삭제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여러 그림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글도 있었다.

검색으로 찾아온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거대한 철학적 서론이 아니었다. 지금 눈앞의 우선순위 큐가 왜 이렇게 움직이는지, 부모와 자식 인덱스가 어떻게 계산되는지, 코드의 어느 부분에서 교환이 일어나는지를 이해하는 일이었다.

외부에 남은 흔적에서도 이러한 평가를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알고리즘 공부를 위해 Crocus와 다른 유명 블로그를 함께 보고 있는데 어떤지 묻는 글이 올라왔다. 알고리즘·코딩 테스트 자료를 정리한 다른 블로그의 추천 글에서도 초보 시절 도움을 받은 곳, 설명이 깔끔하고 친절한 곳이라는 평가를 확인할 수 있다. 한 개발자는 LIS 문제를 Crocus 덕분에 풀었다고 적었다.

PROGRAMMING CONTEST 부산대학교
제2회 PNU CodeRace

D번 pqbd 해설에서 짝수 팰린드롬 처리법을 설명하며 Crocus의 Manacher 알고리즘 글을 “참조한 글”로 명시했다.

대회 해설 PDF 보기 →
UNIVERSITY LECTURE 단국대학교
운영체제 강의자료

최종무 교수의 2024년 Concurrency: Semaphore and Deadlock 강의자료 2쪽에 Crocus의 뮤텍스·세마포어·모니터 글이 출처로 표시되어 있다.

강의자료 PDF 보기 →
DOCTORAL DISSERTATION 한성대학교
박사학위논문

권병태의 2021년 박사학위논문 PDF 190쪽에서 EVM 동작 순서를 정리한 표의 출처로 Crocus 글을 직접 명시했다.

학위논문 PDF 보기 →

구체적으로 부산대학교 제2회 PNU CodeRace 문제 해설은 Manacher 알고리즘을 설명하며 Crocus의 글을 참고 자료로 명시했다. 단국대학교의 운영체제 강의자료에도 뮤텍스·세마포어·모니터를 다룬 Crocus 글이 출처로 남아 있다. 한성대학교 박사학위논문에서는 EVM의 동작 순서를 정리한 표의 출처로 Crocus의 EVM 글을 직접 명시했다.

개인의 공부 노트로 시작한 글이 다른 개발자의 문제 풀이를 넘어 대학 강의자료와 학술 연구의 참고 자료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컴퓨터공학과 학생에게전공 수업의 보조 교재
알고리즘 입문자에게한국어로 된 문제 해결 안내서
취업준비생에게코딩 테스트 직전 다시 펼쳐 보는 요약 노트
현업 개발자에게JUnit, 디자인 패턴, 네트워크 코드를 빠르게 확인하는 레퍼런스
다른 블로거에게자신의 설명과 코드를 발전시키기 위한 출발점

특히 중요한 것은 한국어라는 점이다.

지금은 공식 문서의 번역과 동영상 강의, 온라인 교육 과정이 넘쳐나지만 2010년대 중반에는 영어 원문과 대학 교재 사이를 메워 줄 실용적인 한국어 설명이 지금보다 훨씬 부족했다. Crocus를 포함한 개인 개발 블로그들은 공식 교육과 독학 사이에 존재했던 비공식 커리큘럼이었다.

그들은 자격을 부여받은 교육기관은 아니었지만, 실제로 수많은 사람을 가르쳤다.
05

강점과 한계는 같은 곳에서 나왔다

Crocus를 과장해서 완벽한 지식 저장소로 묘사하는 것도 정직하지 않다.

초기 글에서 운영자 스스로 밝혔듯 이곳은 배우는 사람이 만든 블로그다. 모든 글이 교과서처럼 엄밀하게 검증된 것은 아니며, 설명의 깊이와 편집 품질도 시기에 따라 차이가 난다.

특정 버전의 Eclipse, Ubuntu 14.04, 과거 브라우저 동작을 전제로 한 글도 있다. 오래된 라이브러리나 구현 방식은 2026년의 환경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알고리즘 풀이 역시 정답 코드를 너무 빨리 보면 스스로 고민할 기회를 잃게 만들 수 있다.

넓은 범위는 장점이지만 동시에 한계이기도 하다. 한 사람이 수많은 분야를 다룬 만큼 모든 영역에서 공식 문서나 전문서와 같은 권위를 기대할 수는 없다.

따라서 Crocus를 공식 명세처럼 받아들이는 것도 잘못이고, 개인 블로그라는 이유로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것도 잘못이다.

오히려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에 초보자에게 가까웠다. 독자는 완성된 천재의 결과가 아니라 자신보다 조금 먼저 길을 걸어간 사람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06

한 달 10명에서 100만 명까지

2020년 3월 23일, Crocus의 누적 방문자는 100만 명을 넘었다.

운영자가 공개한 100만 명 기념 유입 분석에 따르면 2019년 10월 월간 방문자는 6만1,500명을 기록했다. 하루 최고 방문자는 3,215명이었고, 일평균 방문자가 2천 명대에서 3천 명대로 증가한 시기도 있었다. 주요 유입 경로는 Google, Crocus 내부 경로, Naver 순이었다.

10명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
감사했던 월 방문자
61,5002019년 10월
월간 최고 방문자
1,000,0002020년 3월 23일
누적 방문자

처음에는 한 달에 열 명만 방문해도 감사했다고 한다.

이 통계에서 흥미로운 점은 운영자 자신이 프로그래밍 블로그의 방문자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개발 정보를 찾는 사람은 필요한 답을 얻으면 바로 나간다. 광고를 오래 보거나 다른 콘텐츠를 연속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방문자의 이탈이 빠르기 때문에 광고 수익화에도 불리하다.

일반적인 콘텐츠 비즈니스의 관점에서는 좋지 않은 사용자 행동이다. 그러나 지식 전달의 관점에서는 정반대다.

사용자가 검색으로 들어와 필요한 정보를 얻고 즉시 문제를 해결했다면, 그 페이지는 자신의 역할을 완수한 것이다.

Crocus는 사람을 오래 붙잡는 서비스라기보다 문제를 짧게 해결해 주는 공공재에 가까웠다. 수익은 운영자가 충분히 가져가지 못했지만, 그 지식이 절약한 수많은 사람의 시간은 사회 전체에 분산됐다.

07

2026년, 도메인은 사라지고 기록은 남았다

2026년 10월 1일 현재 Crocus에는 기묘한 단절이 생겨 있다.

원래 개발 블로그는 여전히 programbasic.tistory.com에 남아 있다. 게시물 번호도 유지되고 있어 과거 Crocus 글 대부분을 원본 주소에서 읽을 수 있다.

오래된 블로그와 다른 글에 남은 crocus.co.kr/숫자 링크는 이제 원문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검색엔진에는 과거 개발 글의 색인과 새로운 도메인의 무관한 콘텐츠가 한동안 뒤섞일 가능성도 있다.

이 상황은 Crocus 역사에서 가장 씁쓸하면서도 중요한 마지막 장면이다.

개발자는 흔히 데이터가 남아 있으면 서비스도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지식의 생존은 데이터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도메인, 리다이렉트, 검색 색인, 플랫폼 계정, 이미지 경로, 라이선스가 함께 유지되어야 한다.

URL은 단순한 주소가 아니다. 오랜 시간 쌓인 신뢰와 인용의 단위다.

Crocus의 본문은 살아 있지만 주소의 정체성은 끊어졌다. 그 결과 수년간 축적된 외부 링크가 원래 지식이 아니라 전혀 다른 콘텐츠로 사용자를 안내한다. 이것은 개인 지식 아카이브가 얼마나 쉽게 훼손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제 사례다.

가능하다면 지금의 Crocus에는 새 글보다 먼저 보존 작업이 필요하다.

원본 티스토리 주소를 명확한 공식 주소로 선언하고, 전체 글을 정적 파일이나 Git 저장소로 백업하며, 이미지와 코드도 함께 보존해야 한다. 오래된 글에는 작성 시점과 현재 적용 가능 여부를 표시하고, 잘못된 부분은 삭제하기보다 정오표를 붙이는 편이 좋다.

낡은 기록을 모두 최신 문법으로 고쳐 쓰는 것은 역사 자체를 지우는 일이 될 수 있다. 대신 과거의 원문과 현재의 수정 사항을 함께 남기는 것이 개발자다운 보존 방식이다.

08

AI가 코드를 짜주는 시대에 알고리즘 블로그는 무슨 가치가 있는가

2026년의 AI는 자료구조 구현을 몇 초 안에 생성한다. 문제를 붙여 넣으면 접근 방법을 설명하고, 코드와 테스트 케이스를 만들며, 틀린 코드의 반례까지 찾는다.

그렇다면 알고리즘과 컴퓨터 과학을 오랜 시간 직접 공부하고 기록한 블로그는 이제 쓸모가 없어진 것일까.

나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한다.

AI가 값싸게 만든 것은 코드의 생성이다. AI가 아직 값싸게 만들지 못한 것은 결과를 검증하고 책임지는 판단이다.

그럴듯한 코드는 무한히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코드가 문제의 제약을 만족하는지, 시간복잡도가 실제 입력 규모에 적합한지, 동시성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지, 보안 경계를 무너뜨리지 않는지, 팀의 기존 설계와 조화를 이루는지는 여전히 누군가 판단해야 한다.

2025년 Stack Overflow 개발자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84%가 AI 도구를 사용하거나 사용할 계획이라고 답했지만, AI 출력의 정확성을 신뢰하지 않는 개발자가 46%로 신뢰하는 개발자보다 많았다. 가장 큰 불만은 “거의 맞지만 완전히 맞지는 않는 답”이었다. Stack Overflow 2025 Developer Survey

METR의 연구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2025년 초에는 자신이 잘 아는 성숙한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다루는 숙련 개발자들이 AI를 사용했을 때 오히려 작업 시간이 약 19% 늘었다. 2026년 후속 조사에서는 AI가 개발자를 더 빠르게 만들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AI 없이 일하기를 거부하는 참가자가 늘고 여러 에이전트를 병렬로 쓰는 경우가 생겨 정확한 효과를 측정하기 어려워졌다고 연구진 스스로 밝혔다. METR의 2026년 후속 보고

84%AI 도구를 사용하거나
사용할 계획인 응답자
46%AI 출력의 정확성을
신뢰하지 않는 응답자
19%2025년 METR 실험에서
늘어난 작업 시간

AI의 능력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렇다고 기초 지식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생성 속도가 빨라질수록 검증 능력의 가치가 커진다.

자료구조와 알고리즘을 공부한다는 것은 단지 면접 문제를 통과하기 위해 템플릿을 외우는 일이 아니다. 코드가 왜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내부의 체크섬을 만드는 일이다.

힙의 불변식을 이해하는 사람은 AI가 생성한 우선순위 큐 구현에서 잘못된 교환 조건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프 탐색을 이해하는 사람은 방문 처리 시점 하나가 어떤 반례를 만드는지 안다. 운영체제를 공부한 사람은 “잘 실행된다”는 말과 “동시성 환경에서도 안전하다”는 말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안다.

AI 시대의 개발자는 코드를 가장 빨리 타이핑하는 사람이 아니라, 생성된 코드가 현실을 배반하는 지점을 가장 먼저 알아보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 능력은 프롬프트 기법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09

Crocus가 남긴 것은 정답보다 ‘되어 가는 과정’이다

AI는 완성된 설명을 즉시 만들어 낸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인간이 지식을 획득한 과정은 더 보기 어려워졌다.

AI의 답변에서는 작성자가 어디에서 막혔는지, 무엇을 오해했는지, 어떤 실패를 거쳐 설명에 도달했는지가 대부분 제거된다. 결과는 매끄럽지만 생성 과정에는 인간적인 시간이 없다.

Crocus에는 그 시간이 남아 있다.

index.html의 역할을 처음 알게 된 날, 파일을 덮어써 게시판을 망가뜨린 날, 한글 인코딩을 해결하지 못한 날, 자료구조 카테고리를 만든 날, 알고리즘과 문제 풀이를 분리한 날, 방문자 10만 명과 100만 명을 넘긴 날이 한 줄로 연결된다.

이 기록의 진짜 주제는 C++이나 알고리즘이 아니다.

한 사람이 모르는 상태에서 출발해 질문하고, 실패하고, 설명하고, 다시 배우면서 개발자가 되어 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은 최신 코드로 대체할 수 없다. 2026년의 AI가 더 좋은 힙 구현을 만들어 낸다고 해서 2017년의 한 학생이 힙을 이해하고 다른 학생을 위해 수십 장의 그림을 만들었던 시간까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Crocus라는 이름의 꽃말은 블로그에 적힌 표현으로 “후회 없는 청춘”이다. 돌이켜 보면 이 블로그는 그 이름에 상당히 충실했다. 완벽해진 뒤 시작한 것이 아니라 부족한 상태 그대로 공개했고, 배운 것과 실패한 것을 오랫동안 쌓았다.

오늘날에는 미완성된 생각을 공개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진다. 검색하면 더 좋은 설명이 있고, AI에게 물으면 더 매끄러운 문장이 나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충분히 전문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기록을 미룬다.

그러나 Crocus의 역사는 반대의 사실을 보여준다.

부족한 기록도 오랫동안 축적되면 누군가의 교재가 되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고, 대학 강의 자료와 논문의 참고문헌이 된다. 공개된 배움은 작성자의 수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순간 새로운 맥락과 가치를 얻는다.

10

AI는 이런 블로그를 대체하는가, 아니면 빚지고 있는가

특정 AI 모델이 Crocus의 글을 학습했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근거 없이 그 사실을 단정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더 넓은 의미에서 생성형 AI가 인간이 공개해 온 코드, 문서, 질문과 답변, 튜토리얼 문화에 빚지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오늘날 AI가 알고리즘을 한국어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지식이 하늘에서 떨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이 공식 문서를 번역하고, 자신의 시행착오를 정리하고, 코드를 공개하고, 서로의 오류를 수정해 온 문화가 먼저 존재했기 때문이다.

Crocus 같은 블로그는 그 문화의 한 단위다.

문제는 AI 시대에 이 지식이 더 많이 사용되면서도 원래 작성자는 더 보이지 않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검색 결과를 통해 블로그에 들어와 글을 읽었다. 이제는 AI가 여러 자료를 합성해 답을 전달하므로 사용자가 원문을 방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운영자가 2020년에 관찰했던 “정보를 얻고 바로 나가는 방문자”는 이제 “아예 방문하지 않고 정보를 얻는 사용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기술 생태계에서는 출처와 링크, 라이선스, 원저자에 대한 기여 표시가 더욱 중요하다. 인간의 공개 지식이 보이지 않는 원료로만 취급된다면, 다음 세대의 개발자는 자신의 배움을 굳이 공개해야 할 이유를 잃게 된다.

AI가 지식 생태계를 지속하려면 인간이 기록할 동기도 함께 보존해야 한다.

맺으며

Crocus는 “AI가 없던 시절에는 사람들이 이렇게 힘들게 코딩했다”는 향수의 기념비가 아니다.

과거의 고생을 미화할 필요도 없고, AI를 사용하는 새로운 개발자를 게으르다고 평가할 이유도 없다. 컴파일러와 오픈소스 라이브러리가 그랬듯 AI 역시 인간이 더 높은 수준의 문제를 다루게 해 주는 강력한 추상화다.

다만 추상화가 깊어질수록 그 아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하는 사람의 책임은 더 커진다.

Crocus가 남긴 가장 본질적인 가치는 특정 알고리즘 코드가 아니다. 자신이 이해한 것을 검증 가능한 형태로 남기고,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하며, 그 기록에 자신의 이름과 시간을 거는 태도다.

AI는 몇 초 만에 코드를 생성할 수 있다. 그러나 2014년의 초보자가 12년에 걸쳐 배우고 실패하고 설명하면서 만들어 낸 시간까지 생성할 수는 없다. 그 시간은 실제로 살아낸 사람에게만 존재한다.

한 달에 열 명이 찾아오던 블로그가 백만 명을 넘고, 수많은 공부 노트와 문제 풀이, 강의 자료에 인용됐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한 가지를 말해 준다.

개발자의 기록은 작성하는 순간에는 사소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충분히 오래 공개되어 있으면 누군가의 막힌 밤을 통과시키는 기반 시설이 된다.

2026년, AI가 코드를 쓰는 시대에도 누군가는 그 코드가 왜 맞는지 판단해야 한다. 누군가는 잘못된 답을 발견해야 하고, 누군가는 자신이 배운 것을 다음 사람에게 설명해야 한다.

Crocus가 남긴 것은 바로 그 책임을 배워 가는 한 사람의 시간이다.

그리고 그것은 코드 생성이 아무리 빨라져도 쉽게 낡지 않는 가치다.

자료 및 출처

2026년 10월 1일 기준으로 확인한 원문과 외부 인용 자료다. 과거 crocus.co.kr 링크는 안전한 티스토리 원본 주소로 교체했다.

  1. Crocus History2014년 첫 기록과 카테고리·기능 확장 연혁
  2. Crocus 개발 과정도메인 등록, 그누보드, PHP, jQuery, iframe 구축 기록
  3. Crocus 원본 아카이브현재 남아 있는 티스토리 원본
  4. Crocus 사이트맵게시물 URL과 카테고리 확인
  5. Crocus 소개 및 프로필누적 300만 뷰 이상 표기
  6. 카카오 신입 공채 1차 코딩 테스트 문제 해설2017년 개발자 채용과 코딩 테스트 맥락
  7. 힙(Heap) 자료구조Crocus의 그림·코드 중심 설명 방식을 보여주는 사례
  8. 블라인드 — 알고리즘 공부 어디서 해?Crocus를 학습 자료로 검토한 2020년 이용자 사례
  9. 알고리즘 및 코테에 유용한 링크 및 사이트 정리알고리즘 입문자를 위한 블로그 추천과 평가
  10. 백준 14003번 가장 긴 증가하는 부분 수열 5 풀이“Crocus님 덕분에 풀 수 있었다”는 외부 학습 기록
  11. 부산대학교 제2회 PNU CodeRace 해설 PDFD번 pqbd 해설에서 Crocus의 Manacher 글을 참고 자료로 명시
  12. Manacher 알고리즘PNU CodeRace 해설에 인용된 Crocus 원문
  13. 단국대학교 Lecture Note 5: Concurrency — Semaphore and Deadlock2024년 최종무 교수 강의자료 2쪽에 Crocus 글을 출처로 표기
  14. 뮤텍스(Mutex), 세마포어(Semaphore), 모니터(Monitor)단국대학교 강의자료에 연결된 Crocus 원문
  15. 권병태, 「블록체인 기반 출자증권 대차거래 스마트 시스템의 수용요인 연구」한성대학교 2021년 박사학위논문. PDF 190쪽의 EVM 동작 순서 표에 Crocus를 출처로 명시
  16. EVM에 대한 간단한 정리한성대학교 박사학위논문에 인용된 Crocus 원문
  17. Crocus 방문자 수 100만 명 기념 유입 분석누적·월간·일간 방문자와 검색 유입 통계
  18. Stack Overflow 2025 Developer Survey — AIAI 도구 사용 의향, 신뢰도와 개발자 불만 조사
  19. METR — We Are Changing Our Developer Productivity Experiment Design2025년 생산성 실험과 2026년 후속 측정의 한계

이 글은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사실과 해석을 구분해 작성했다. 확인할 수 없는 운영 주체의 의도나 개별 AI 모델의 학습 데이터는 단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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